보행기는 신생아 시기부터 돌 무렵까지 부모들이 많이 고려하는 육아용품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스스로 움직 일수 있어 부모 입장에서는 잠깐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소아과 전문의들은 보행기 사용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소아과 전문의들의 권고사항과 의학적 시각을 토대로 보행기 사용이 실제로 아이의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사용 시 주의할 점과 기준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소아과 전문의의 입장
대한소아과학회 및 세계 소아과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은 "보행기는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발달 지연과 사고 위험을 높이게 된다"에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수년 전부터 보행기 사용을 전면 금지 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아예 법적으로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행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첫 번째 이유는 운동 발달 지연입니다. 보행기에 태운 아이는 바닥을 딛고 기어가며 근육을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보행기 자체가 아이의 균형 감각 발달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보행기에서는 아이가 발끝으로 바닥을 밀면서 이동하게 되는데, 이는 정상적인 걸음 패턴이 아니기 때문에 걷기 시작한 후에도 보행자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신체 정렬과 하중 분산의 문제입니다. 아이의 뼈와 관절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체중 분산이 잘못되면 다리 모양이나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무릎과 고관절이 부자연스럽게 굽혀지거나 압박을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O자형 다리 또는 골반 비대칭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 지적되는 문제는 사고의 위험성입니다. 국내외 병원 응급실에서는 계단에서 보행기를 탄 체 굴러 떨어진 아이, 보행기에서 손이 닿는 끓는 물이나 가전제품 등에 의한 화상 혹은 감전사고를 당한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 되어오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제품 안전위원회(CPSC)에 따르면 매년 수천 거의 보행기 관련 응급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 집 안에서 부모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전문의가 권고하는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잠시 안전한 공간에 두고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할 상황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소아과 전문의들은 '완전한 금지'보다 '안전하고 올바른 조건 하에서 제한적 사용'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사용 시기입니다. 보행기는 생후 6개월 이전에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적어도 아이가 허리를 혼자 힘으로 가누고 앉을 수 있는 시기 이후에만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보행기의 구조가 허리를 지탱해 주는 장치가 아닌 상태에서 아기의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하루 사용 시간의 제한입니다. 전문의들은 하루 15~20분 이내, 많아도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사용은 근육 피로를 유발하고, 아이가 스스로 움직일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보행기를 탈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 아이가 바닥에서 기고, 앉고 잡고 일어서는 경험을 해야 발달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집안 구조의 안전성 확보도 필수입니다. 보행기를 사용할 경우 계단 입구, 주방, 거실 모서리, 전기코드 등 위험 요소를 미리 차단하고, 넘어짐 방지 매트 등을 설치해 물리적 사고 가능성을 줄여야 합니다. 보행기를 사용하는 동안은 반드시 부모가 근처에서 관찰해야 하며, "보행기에 태웠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제품 자체에 대해서도 안정성과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이 KS 인증을 받았는지, 바퀴의 회전력이 너무 빠르지 않은지, 브레이크가 설치되어 있는지 등을 사전에 체크하고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능하면 바닥이 평평하고 미끄럽지 않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아이가 보행기에 태운 채 잠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3. 권장되는 대안 활동
보행기를 대신할 수 있는 육아 도구나 발달 활동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놀이 매트 위에서의 자유 기기 활동입니다. 아이가 손과 무릎을 이용해 기어 다니며 근육과 협응력을 동시에 발달시킬 수 있는 활동으로, 신체 조절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잡고 서기, 잡고 걷기 유도입니다. 소파, 침대, 프레임, 낮은 테이블 등에 손을 짚고 일어서는 연습은 하체 근육 발달에 좋으며, 부모가 손을 잡아주고 몇 걸음씩 걸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 아이의 균형 감각이 향상됩니다. 세 번째는 점퍼루나 아기 체육관과 같은 실내 활동 장비입니다. 이들 장비는 보행기와 달리 움직임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면서도 중심 잡기와 상하체 운동을 자극해 주는 기능이 있어 보행기보다 안전하고 발달 효과도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와의 신체 접촉 및 놀이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 놀며 발달 자극을 받는 시간은 단순한 기계적 운동보다 정서적 안정감과 신체 능력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하여 밝혀졌습니다.
4. 결론
보행기는 짧은 시간 동안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이의 발달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생후 6개월 이후 최소한의 시간과 안전한 환경 아래에서만 제한 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반드시 대안활동과 병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편의를 위해 보행기를 선택하기보다는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중심으로 육아 방식을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걷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걷는 것'입니다.